현장에서 다양한 질병을 파악하고 감별하는 일은 여러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돼지의 상태를 부지런히 살피면서 문제가 있는 개체는 선별하여 격리하기도 한다. 중간에 폐사한 개체는 보다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부검을 진행한다.

부검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부 장기의 모습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폐사의 단서를 찾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현장에서 부검을 진행할 때에는 질병 소견에 대한 정확한 관점을 가지고 정상과 비정상 소견을 구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연재할 질병탐구생활에서는 농장의 사례들을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현장 진단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우선 아래의 비교 사진을 보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눈을 키워보자.

면역은 외부에서 유입된 항원에 대한 체내의 방어 반응으로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고 항체와 결합한 항원은 백혈구의 식세포 작용으로 사멸된다. 이러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장기 중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장기는 림프절(lymph node)이다.

림프절은 전신에 림프액을 운반하는 림프관을 따라 존재한다. 림프액은 림프절을 통과하면서 여과 과정을 거치고 림프구를 보충하는데, 이 과정에서 탐식작용이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림프액 내 존재하는 미생물이나 다양한 외부 물질이 제거된다. 림프절은 견고하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일반적으로 타원형의 덩어리로 확인된다. 특히 체표면의 림프절은 여러 원인으로 크기가 증가하면서 두드러지고 촉진도 가능하다.

부검을 통해 림프절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상 소견은 크기와 색의 변화이다. (사진 1)은 뒷다리 체표면으로 흐르는 림프액이 유입되는 얕은샅림프절(서혜부천층림프절, superficial inguinal lymph node)의 모습이다.

▲ (사진 1) 얕은샅림프절(서혜부천층림프절)의 정상(A) 및 종대(B) 소견.
▲ (사진 1) 얕은샅림프절(서혜부천층림프절)의 정상(A) 및 종대(B) 소견.

부검 과정에서 양쪽 뒷다리를 절개하면서 대퇴골두를 노출시킨 다음, 중간에 남아있는 복부 피부를 박피하면 타원형 형태의 림프절 한 쌍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림프절은 개체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지방조직에 둘러싸여 바로 관찰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변 결합조직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면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사진 1)의 A와 B의 차이를 보면 A에 비하여 B의 크기가 현저히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1)의 B에서 크기의 증가는 양쪽 림프절에 모두 인정된다. 서혜부 림프절을 비롯한 여러 체표 림프절의 크기 증가(종대, enlargement)는 돼지써코바이러스 2형(PCV2) 또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PRRSV) 감염과 같은 전신성 감염증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 중 하나이다.

PRRS 사례를 보면, 감염 개체의 림프절에서는 B 림프구의 활성화로 림프소절이 증식되거나 비대되고 T 림프구 구역 또한 증가하여 림프절이 종대되어 보인다.

따라서 부검을 시작하면서 체표 림프절의 양측성 종대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전신 감염에 의한 림프절의 반응 가능성을 염두하고 내부 장기를 관찰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 (사진 2) 정상 색상(A) 및 출혈성 발적(B) 소견을 보이는 턱밑림프절(악하림프절).
▲ (사진 2) 정상 색상(A) 및 출혈성 발적(B) 소견을 보이는 턱밑림프절(악하림프절).

(사진 2)는 머리와 목 부위에 분포하는 림프절 중 하나인 턱밑림프절(악하림프절, submandibular lymph node)이다. 얕은샅림프절과 동일하게 아래 턱 부위에 좌우 한 쌍으로 존재한다.

부검 시 방혈 또는 개체의 자세를 고정하기 위하여 앞다리를 외전시킬 때, 겨드랑이의 절개선이 아래 턱 부위까지 이어지면 어렵지 않게 노출시킬 수 있다. (사진 2)에서 A와 B의 차이는 크기의 변화만으로 설명하려면 애매한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림프절 주변의 색상 변화를 보면 A에 비하여 B의 림프절 가장자리가 더욱 붉게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와 강원도를 거쳐 경북 소재 농장에서도 전파가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또는 ASF와 병변이 매우 유사한 돼지열병(CSF) 의심 사례에서는 특히 림프절의 종대와 함께 출혈에 의한 발적(redness) 소견을 주목해야 한다.

(사진 2)의 B는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실험 감염시킨 개체의 사진이다. 돼지는 다른 동물과 다르게 림프절의 수질 부위가 바깥쪽에 위치하여 발적된 림프절의 단면 절개 시 가장자리의 붉은 띠가 선명하게 관찰되거나 붉은 무늬가 마치 대리석의 단면처럼 울긋불긋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전신성 감염증에 의한 림프절의 종대 및 발적은 체표 림프절과 더불어 전신에 분포하는 림프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병변이 전신 림프절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일부 장기에 소속된 림프절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지도 질병의 감별에 큰 도움이 된다.

■ 참고자료
- Polaček V et al., Acta Veterinaria-Beograd. 2014;64(2):213-225.
- 김무강 외. 수의해부학. 1998. 정문각.
- 정지열, 김재훈. Korean J Vet Res. 2013;53(4):245-251.


▣ 강상철 수의사/수의학박사
(주)옵티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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