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우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렵게 돼지를 키우면서 누군가를 불신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종돈과 질병은 빠르게 진화하는 반면 농장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 즉, 환경, 영양, 위생, 모돈의 변화를 추적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는 눈을 가린 채 운전하는 것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고 절에 가서 젓갈을 찾듯이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최근 들어 고병원성 PRRS가 큰 화제를 모을 정도로 전국적인 확산세를 이어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대부분은 ‘토끼’라고 대답하기 쉽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걸 전제로 시합을 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날렵한 수퍼카와 군용 전투차량이 경주를 하면 어떨까? 아우토반처럼 쭉 뻗은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당연히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수퍼카의 완승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자갈과 진흙으로 뒤덮힌 산악의 험지에서는 정반대가 될 수 밖에 없다.아래 2개의 사진을 보자. 좌측은 엉터리 같아 보이는 사육 시설에서
다음의 질문에 얼마나 많은 농가들이 “그렇다”라는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번식성적 등에 대한 기록이 전산 시스템에 입력, 관리되고 있는가?- 전산 기록은 입력 대행 서비스가 아닌 ‘나’에 의해 직접 입력되는가?- 전산 기록은 미뤄지지 않고 대부분(80% 이상) ‘매일매일’ 입력되는가?- 작년 이맘 때의 축사 내 온도 변화 데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가?- 온도 외에 다른 환경 요소들(습도, 가스 등)도 모니터링할 수 있는가?- 사료, 음수, 증체 등 사육 정보에 대해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가?- 전산 성적이나 각종 사육 데이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은 잊을 만하면 불쑥 튀어나와 소동을 일으키는 골치 아픈 질병이다.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ASF 멧돼지 폐사체와 논, 밭, 도로를 휘 젖고 다니는 밉상 멧돼지 가족들은 방역대를 구분하는 것이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아무리 사료공장이나 도축장에서 엄격하게 소독을 한 차량 조차도 수십 Km에 달하는 오염지대를 거쳐왔다는 사실과 그 오염물의 몸통은 차량 하부의 흙덩어리(유기물)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작 안개분무나 가랑비 수준에 불과한 농장 입구의 소독시설을 통과하고 차량 바퀴
요즘 농장을 방문해 보면 어깨에 상처가 나 있는 모돈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어째서 모돈의 어깨 상처가 이 농장, 저 농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가 된 걸까?그런 농장들의 공통점을 보면 우선 모돈의 체형을 야위게 관리하는 농장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이는 다산 모돈의 체손실에 의한 야윔증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만 시 난산을 줄이고 포유돈 사료 섭취량을 높여 준다는 명분으로 일부러 임신사에서 모돈을 마르게 관리하는 농장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농장마다 각기 다른 시설과 관리적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잣대로 체형 관리
연말이면 내년도 돈가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 자료와 전망치를 내놓는다. 그러나 전망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해마다 반복되는 단기적인 돈가 예측에 따라 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지금까지 한 두 해 돼지를 키워본 것도 아니면서 고작 1년 치 돼지값 예측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소진시키는 것은 사실 쓸데없는 일이다. 농가 입장에서 볼 때 돈가가 떨어진다고 투자를 게을리하고 돈가가 올라간다고 허리띠 풀어 놓고 한 눈 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ASF로 돼지가 사라지면서 한 때 돈가가
쪽빛 하늘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햇살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동안 뜸하던 ASF가 요즘 연속으로 발병하고 있어 농가들은 간밤에 죽은 돼지라도 보이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마음은 여러 갈래로 복잡해진다.낮의 축사 온도는 여전히 30도를 가볍게 넘기고 여름과 가을이 밤낮으로 엎치락 뒷치락 힘겨루기를 하는 환절기에는 마치 연례 행사 예약이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 돼지들이 감기 몸살에 걸리거나 죽어 나가는 일을 심심찮게 겪게 된다.약해 빠진 돼지들이 스치는 바람에도 몸살에 걸리는데 노이로제가 걸린 어떤 농가들은 돼지가 죽지만
장맛비와 폭염이 오락가락 하며 본격적인 여름을 맞고 있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폭염', '가뭄'이라는 용어가 뉴스에 유독 많이 눈에 띄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듯하다.작년보다도 20일이나 일찍 폭염 경보가 내려진 데다 올 여름엔 '더블 고기압의 열돔으로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예상된다는 소식이 요즘 가뜩이나 임계치에 다다른 혈압을 더 밀어 올리고 있다.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엔데믹 상황은 고금리, 고물가(고유가), 고환율에 따른 경제 침체를 가중시키는 가운데 축산업계는 지속적인 사료값 폭등으로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사실상 귤이 탱자가 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말이지만 같은 씨앗을 뿌려도 자라는 토양이나 환경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유럽의 돼지가 우리나라로 건너오면 성적이 기대와 달리 곤두박질 치는 현상도 그와 비슷한 비유가 가능할 것이다. 즉, 그들이 사용하는 양돈 교과서(매뉴얼)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농가들이 곧이곧대로 적용했다가 예상치 못한 황당한 문제를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그렇다면 왜 그런 일들이 벌
재작년 하반기 이후 1년 8개월째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 곡물가격은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 악재로 인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며 전세계가 ‘밥상’을 지키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더구나 곡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은 폭등하는 유가와 환율까지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휘말려 들고 있다.그렇다면 지난 2년 간 국제 곡물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결론적으로 주요 사료곡물 가격은 모두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3월 중순을 기준으로 밀은 2년 전 183달러에서 393달러로
양돈 선진국 덴마크의 농가들은 매일 퇴근 전 전산기록을 빠뜨리지 않고 입력하는데 98%가 넘는 농가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들의 전산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왜 그들이 성적에서도 세계 최고인지 알 수 있다.반면 놀랍게도 우리나라 농가들은 지난 수십년간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전산기록을 아직도 하지 않는 경우가 무려 70%가 넘는다. 전산기록은 농장의 다양하고 시각적인 리포트를 통해 쉽고 직관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모두가 공감하여 개선 방향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객관적인 데이터이다. 이는 농장의 성적
과거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느라 낑낑거리며 깊은 한숨을 쉬어 보지 않았던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리 메쳐보고 저리 메쳐봐도 끄떡없는 고난이도 문제 앞에서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 답안지 풀이를 들여다봤을 때 맥이 빠지는 듯한 허탈감에 싱거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문제 풀이는 어이없게도 단 몇 줄로 요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알고 나면 아주 쉽고도 간단한 것들이다.고수들의 눈에는 아주 간단하고 쉽게 답이 보이는 문제들이지만 시야가 좁고 깊이가 없는 하수들이 볼 때는 복잡하기만 하고 문제의 늪에 깊숙이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한
양돈농장의 시설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져서 요즘 뼈 빠지게 똥 치우고 하루 종일 망가진 시설 고치던 일은 옛말이 되었다(물론 아직도 매일 지지고 볶고 고치는 게 본업인 농장도 여전히 있긴 하지만…ㅠ).돼지 농장도 비육사에서는 병 없이 잘 커 주기만 하면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할 만큼 과거와는 달리 시설이 인건비&에너지 절감형으로 스마트해지고 있다. 하지만 번식돈 관리는 아무리 기계가 좋아졌다 해도 제대로 성적을 내려면 여전히 하루 종일 사람 손이 가야만 가능한데다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가 많고 버스 놓치고 손 흔드는 것이 현실이다. 온
격랑을 헤치고 출항하는 배들이 떠오르는 새벽 해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까? 아마도 늘 떨치기 힘든 두려움과 닿기 어려운 만선의 꿈이 공존하지 않을까 싶다.요즘 한돈농가들의 제일 큰 걱정거리는 일년 사이 벌써 30% 가까이 올라버린 사료값에 온탕과 냉탕을 드나드는 불안한 돼지 값이다. 매달 입금해야 할 사료값 부담은 커졌고 성적이 당장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낮은 한계 농장들은 신기루 같은 돼지 값에 운을 내맡겨야 할 상황이다.하지만 사료값이 오르고 돈가가 떨어져도 속으론 웃는 농가들이 없지 않으리라. 훌륭한 뱃사공은 파
모든 분야에는 해당 업종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있다. 물론 나이가 벼슬이 되는 시대도 아니고 어떤 분야에서 단지 오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건은 아닐 것이다.전문성은 습관적인 왕성한 호기심과 편집증적인 학습 욕구,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회가 주어져야 가능한 역량이다. 필자는 그런 면에서 볼 때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암모니아 냄새에 미쳐서 과거 십 수년 간 주말에도 집에 붙어 있지 않고 농장에 놀러 다녔으니 돼지농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 몇 시간 동안 신나게 떠드는 일이 그리 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