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미래연구소에서 해외 양돈전문가인 John Carr 박사에 의뢰하여 작성한 '세계 주요 돼지고기 생산 국가의 가축복지 법령과 시행을 포함한 동물복지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돼지는 들판(군사공간)이 아닌 숲(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는 돼지의 복지를 논함에 있어 단순히 스톨이 아닌 군사공간을 제공하느냐 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것은 돼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전혀 논외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돼지 입장에서는 어차피 숲에서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하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돼지에게 진정한 복지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인간은 돼지를 가두어 키우는 ‘사육’ 자체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축에 대한 동물복지를 가장 강력히 추진하는 나라인 영국의 경우에도 돼지의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수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돼지가 사육동물인 이상 돼지 입장에서의 근본적인 복지를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의 경우 동물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산업 자체는 예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 더 이상 영국의 축산업은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자국 내 돈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주변국으로부터 돼지고기를 수입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덴마크 등 주요 돈육 수출국가에서도 탄소감축, 다양한 환경 변화 등에 따른 사육규모 축소 압력이 가해지고 있어 영국이 더 이상 주변국들로부터 저렴하게 돼지고기를 구매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내도 전체 돼지고기 소비 중 수입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삼겹살로 한정하면 50% 정도가 수입물량일 정도로 국내 한돈산업도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다.

이러한 가운데 탄소감축, 냄새 및 질병문제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내 한돈산업 또한 정체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물복지에 따른 임신돈 스톨 규제가 시행된다면 현재보다 상당수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지껏 가축복지에 대한 논쟁은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축산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논의가 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돼지와 농가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동물복지(Positive Welfare)가 논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사람이 원하는 복지가 아닌 돼지가 원하는 복지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즉 임신돈 스톨 규제가 동물복지의 주가 아닌 돼지와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친밀해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동물복지를 고민하자. 축산이란 가축을 길러 그 부산물을 취하는 산업이다.

돼지를 산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현실에서 단순히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단순 군사공간 면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사육되는 돼지가 편안히 누릴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며, 사람의 눈높이가 아닌 돼지의 눈높이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이병석 부소장
한돈미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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